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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북 | #3 여성조합원 인터뷰 - 정년까지 지켜준 노동조합 (신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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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전충북지부관리자 작성일23-02-21 11:39 조회2,64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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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3.8여성의 날을 앞두고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 여성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현장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더 평등한 노동현장을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어서자, 찾아와줘서 감사하다며 따뜻한 삶은 계란과 귤을 건내 주셨습니다. 호박식혜도 만들어오려고 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며 아쉬워 하셨답니다. 출출한 아침 맛있는 간식도 좋았지만, 저희를 귀하게 생각하고 맞이해주시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엄마로서, 노동자로서 힘들고 긴 세월을 살아내신 신금자 조합원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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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만남

금속노조대전충북지부 한국KDK지회 사무장 신금자

 

 

"정년까지 지켜준 노동조합" 

 

 

# KDK와의 인연의 시작

 

한국KDK에서 일하는 신금자라고 해요. KDK는 냉장고나 컴퓨터, 세탁기 같은 모든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파워코드를 만들어요. 저는 사출 찍어내는 완성품 몰딩작업을 하고 있어요. KDK는 우여곡절도 많고, 명도 참 긴 회사예요. 제가 처음 일 시작할때는 서울 구로공단에서 꽤 큰 회사였는데, 중간에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안양하고 충주로 공장이 내려왔어요. 저는 의료기기 만드는 안양공장에 갔었는데 그것도 잘 안됐거든요. 해고될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노동조합덕에 충주공장으로 와서 정년을 앞두고 있어요.

 

KDK 들어오기 전에 대기업에 잠깐 다녔는데, 빨간날 놀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선 딱 한달만 일하고 소개받아서 여기로 옮겼어요. 여기는 빨간글씨 다 놀고, 아침 6시에 출근해서 2시에 퇴근하고, 2시에 들어가서 10시에 퇴근하니까 좋더라고요. 애가 어렸으니까 애 키우기 좋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거죠. 보너스도 다른데 보다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전세 얻을 때까지만 있어야지 했는데, 전세 얻고 나니까 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집 사야지 그러다 보니 벌써 35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1988년에 입사해서, 올해가 정년이예요.

 

 

 

# 모두를 위한 희생의 기억


26살쯤 취업하고 몇 개월뒤에 사이렌 소리 같은게 울렸어요. 그 당시에 몇몇이 노동조합을 설립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회사에서 노동조합 생기는걸 아주 심하게 방해할 때였어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해요. 서울대 나온 사람이 위장취업 했다고 완전히 간첩으로 몰아가면서, 우리를 앉혀놓고 간첩이라면서 머리채를 끌고 가는거예요. 그때 누가 확 나섰어야 하는데, 저도 들어온지 얼마 안됐고 나서는 사람도 없었죠. 그 뒤에 그 사람 내보낸다면서 반장이 싸인 받겠다고 서명지를 들고 현장을 막 돌았어요. 저한테도 왔는데, 저 사람도 돈 벌러 왔는데 어떻게 싸인을 하냐고 싸인 못하겠다고 했죠. 그 사람이 혼자 잘 살겠다고 한게 아니잖아요. 여러 사람을 위해서 자기가 희생한거잖아요. 그래서 싸인할 수가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싸인했길래 놀랬지만요. 그래도 이미 안한거 모르겠다 했죠. 정식사원이니까 설마 짜르기야 하겠나 싶기도 했고요. 아마 입사한지 오래됐으면 고민했을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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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일간의 직장폐쇄
 

그 뒤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까 회사에서 노동조합을 인정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냥 어용을 하나 세워 놓은 거였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은 너무 회사 편이다해서 89년도에 우리가 투표로 새로 뽑았어요. 간부들도 인원이 워낙 많으니까, 서로 잘하려고 노력도 하고 노동조합도 강화됐거든요. 이제 다 갖춰졌구나 싶은데 회사가 덜컥 직장 폐쇄를 해버렸어요.

 

노동조합 생긴지 얼마 안됐는데 직장폐쇄를 했으니까 돈도 없죠. 우리가 돈을 좀 걷기도 했는데, 걷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동국대, 서울대 다니면서 장사를 했어요 그때는 대학생들이 많이 도외주고 호응도 해줘서 큰 힘이됐죠. 지금은 그런 분위기는 아닌것 같아서 아쉬워요. 또 회사를 비우면 안 되니까 넓은 식당이 있었는데 거기 바닥에서 교대로 먹고 자면서 지키고요아침이면 딱 일어나서  빨간 띠하고 조끼 입고 줄 딱 맞춰 서서 으샤으샤 구호 외치면서 공단을 싹 돌았어요. 그러다 닭장차에 실려서 차도 안 다니는 난지도에 버려지기도 하고, 또 아침 출근조 들어갈때 관리자들이 막으면 문 앞에서 쌈박질도 하고 별의 별 일이 다 있었죠그렇게 57일 동안 우리가 버텼어요. 그러니가 회사도 협상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당시 직장폐쇄기간 임금을 다 받았어요. 또 임금도 10만원 올렸어요. 그 당시면 정말 많이 올린거예요. 왕창 올려버렸죠

 

그 당시가 우리 딸이 유치원 다닐때였어요. 한창 손 많이 갈때였는데, 제가 데리고 다니면서 같이 먹고 자고 했죠. 사진 속 안경 쓴 여자 아이가 제 딸이예요. 이제는 우리 딸이 42살이 다 됐네요. 노동조합 사무장을 맡게 되면서 딸한테 말했더니 기억하더라고요. "옛날에 맨날 이거(투쟁 손짓) 하고, 노래 불렀는데" 하면서 웃더라고요. 뭘 또 사무장까지 했나고는 하지만 그래도 제가 하는 일을 묵묵히 응원해주는 지원군이예요.


 

 

# 꼭 필요한 노동조합
 

저는 노동조합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런데 KDK와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우리가 57일을 버티고 승리했잖아요. 그 경험이 저한테는 노동조합이 힘이고, 꼭 필요한 존재라는 강한 인상으로 자리잡았어요. 또 그 이후로도 노동조합이 있어서 회사가 어떤 핑계를 대도 임금이 매년 올랐고, 단체협약 덕에 보장받는 부분도 많고요. 모든 부분에 있어서 회사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까, 항상 노동조합하고 상의하고 해야하니까 여러모로 불안감과 걱정이 덜하죠. 만약에 노동조합이 없으면 회사가 일거리 없으니까 너네들 좀 쉬어그럼 쉴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함부로 그렇게 못하니까요.

또 노동조합이 있으면 지회장이나 간부들도 있으니까 회사가 어렵다거나, 변동되는 상황들 생기면 여기저기 확인해서 조합원들한테 다 알려주고 설명해주니까 좋아요. 그래서 노동조합은 항상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조합원 가입 안한 분들 있으면 꼭 가입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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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을 1순위로

 

전에 대의원은 두어번 해봤어요. 확실히 조합원으로 있을때는 신경 안써도 간부를 맡으면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때는 수련회도 많이 갔는데, 간부를 맡으면 벌써 틀려요. 조합원한테 한번이라도 더 말걸고, 더 친절해야 하니까 신경쓸게 많더라고요. 전 간부되면 무조건 조합원을 1순위로 챙긴다는 마음이 있어요. 조합원이 없으면 간부가 필요 없잖아요. 회사도 마찬가지야. 사원 없으면 관리자고 사장이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간부가 됐다고 으스대지 말고 조합원을 더 챙기고 더 다가가야 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지금 KDK는 조합원이 너무 적으니까 조합비가 없는 거예요. 지난번에 또 정년이신 분들 많이 나가고 나니까 조합비가 확 줄었더라고요. 그래서 지회장님이랑 우리 조합원들 밥 먹는 거는 지회장님하고 저하고 우리 둘이 사자고 했어오. 그래도 다행히 조합원이 하나하나 들어오더라고요. 사실 회사 오래 다니려고하면 노동조합이 있어야 되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들어올거라고 생각해요. KDK 있는 동안은 노동조합 문 닫을 일은 없을 거 같아요.

 

 

인터뷰 날짜 : 2023년 1월 30일